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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

톨킨이 팀 켈러에게 끼친 영향
by Collin Hansen2023-10-03

J. R. R. 톨킨에게 깊은 애정이 있었던 팀 켈러는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이든 또는 톨킨 사후에 출판된 13권의 전집이든, 그가 쓴 책을 쉬지 않고 읽었다. 


어떻게 해야 소설가가 복음주의 목사에게 그토록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건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1937년에 ‘호빗’을 출판한 톨킨이 미국의 중산층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당장 영웅으로 등극한 건 아니었다. 그건 1954년에 ‘반지 원정대’가 나오고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도 톨킨은 단지 환경 파괴, 전쟁으로 파괴된 풍경, 그리고 샤이어에서 살면서 파이프 담배에 만족하는 작은 호빗에 대한 비전 정도로 대표되는, 반문화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 정도로만 알려졌고 전 세계의 기차역에는 “간달프를 대통령으로”와 “프로도는 살아있다” 등의 낙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 한 해에만 해도 밴드 Black Sabbath, Led Zeppelin, 그리고 Genesis 모두가 다 톨킨의 작업에 근거를 둔 노래로 차트에 올랐다.


제인 치아바타리(Jane Ciabattari)는 BBC에 이렇게 썼다. “오늘날 우리는 톨킨의 작업이 코믹콘(Comic-Con)의 괴짜 세트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때는 우드스탁(Woodstock)에 모이는 군중에 더 가까웠다.”


팀 켈러의 여동생 샤론 존슨은 1972년을 톨킨의 여름으로 기억한다. 버크넬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팀은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첫째이자 선생 그리고 열정가인 팀은 여동생에게 C. S. 루이스, 특히 톨킨의 책을 읽도록 했다. 팀은 계속해서 동생을 다그쳤다. “아직 다 안 읽었어? 아직도 안 읽었다고?” 그는 동생이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따라하기를 기대했고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다 동생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팀의 사망 전에 샤론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팀은 직관력이 있어요. 그는 다양한 도약과 연결을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는 팀의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우리는 성경 공부를 했고 또 같이 북 스터디도 했어요. 이런저런 모든 비교와 대조를 했는데, 무엇보다 톨킨의 작품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찾곤 했어요.”


켈러가 우상 숭배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을 때 의지한 대상이 바로 톨킨이었다. 소설 ‘반지의 제왕’은 사우론에 있는 권력의 반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반지가 가진 모든 힘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영원히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반지가 주는 매혹적인 주문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예 해방, 왕국의 보호, 죄인 처벌 등 당신이 추구하는 대의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반지는 결코 길들일 수 없다. 대의로 치장된 좋은 것들은 윤리를 단순한 방해물로 만드는 절대적 욕구가 된다. 톨킨은 로마서 12:18-21에서 악으로 결코 악을 이길 수 없다는 바울의 경고를 예시로 반지를 사용한다. 오직 좋은 것만이 폭발력을 가진다.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반지를 낀 사람은 점점 더 반지에 예속되고 중독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상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반지를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반지는 우리가 한때 존중했던 규칙을 어기게 만들고 반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은 물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게 만든다. 톨킨의 소설과 실제 삶에서 우상은 끔찍한 악으로 이어지는 영적 중독이다.”


켈러는 Every Good Endeavour에서 약간 다른 적용 방식으로 동일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명에 관해서 쓴 이 책에서 켈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톨킨의 또 다른 이야기인 “Leaf by Niggle”에 내용의 대부분을 의존했다. 그는 또한 일에 관한 2004년, 2008년,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설교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사용했다. 켈러는 1995년 공개 포럼에서도 그 이야기를 언급했다. 켈러에게 “Leaf by Niggle”은 우상 숭배에 관한 교훈을 주는 반지 이야기와 함께 Tribeca에서 일하는 Makoto Fujimura와 같은 예술가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뉴욕의 여피들에게까지도 매력적일 수 있는 소재였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단지 사랑받는 작품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호빗’ 및 다른 저작물을 통해서 그는 언어와 배경 이야기가 가득한 하나의 완전한 우주를 창조했다. 그는 이 작품에 수십 년을 매달렸다. 사실 톨킨은 죽기 전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행여라도 중간계가 꼭대기가 잘려버린 나무가 될까 봐 걱정했다. 창의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걱정할 때 문득 떠오른 게 바로 한 화가에 대한 짧은 이야기였다. 톨킨은 그것을 “Leaf by Niggle”이라고 불렀다.


니글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야기의 기원을 알려준다. 톨킨은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완벽주의 경향도 생산성에는 방해가 되었다. 꼭 가야 하는데 니글이 미루고 있는 여행을 통해서 톨킨은 죽음을 말하고 싶어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니글은 적어도 그림 하나를 꼭 완성하고 싶어 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건 숲과 평야, 눈 덮인 산으로 가득한 나라 전체였다. 하지만 그는 외로운 나무에 달린 나뭇잎 하나에 먼저 집중해야만 했다. 완벽주의와 이웃의 도움 요청 사이에서 그는 결코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웃을 도우던 중에 니글은 병에 걸렸고, 더 이상 여행을 연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죽었다. 그가 살던 집을 산 사람들은 니글의 그림이 담긴 캔버스를 발견했고, 그들이 거기에서 본 것은 오로지 나뭇잎 하나가 전부였다. 그들은 그 그림을 박물관에 기증했고, 그곳에서 몇몇이 그 그림을 보았다.


정의와 자비의 목소리를 듣는 니글을 통해서 톨킨의 이야기는 영원까지 계속된다. 정의는 나뭇잎 한 장만 그린 니글을 비난한다. 자비는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니글에게 박수를 보낸다. 기쁘게도 니글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그가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나무가 이제는 복잡하고 절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건 선물이에요!”하고 니글이 소리친다.


니글은 단지 자신이 작은 나뭇잎 하나만을 현실 세계에 남겨둔 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결코 잎사귀를 잃거나 시들지 않는 나무가 있는 진짜 현실에 들어섰음을 알았다.


켈러에게 이 이야기는 우리가 죽은 후에도 기억될 것이라는 보편적인 희망에 관한 것이다. 누구라도 성취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 노력도 세대가 오고 세대가 가면서 잊혀지기 마련이다. 켈러는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잊혀질 것이다.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며, 모든 노력, 심지어 최선을 다한 헌신도 결국에는 다 물거품이 될 뿐이다.” 


단, 하나님이 없다면 말이다. 성경의 하나님이 존재하시고, 지금의 삶 아래와 뒤에 참된 실재가 있다면, 그래서 이 삶이 유일한 삶이 아니라면, 모든 게 달라진다. 모든 선한 노력, 심지어 가장 단순한 노력이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추구한다면 영원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이 약속하는 것이다. 바울은 “여러분의 수고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라고 썼다(고전 15:58). 바울이 말한 건 기독교 사역에 관해서였지만, 톨킨의 이야기는 바울의 말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모든 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톨킨은 목회자로서 켈러가 단지 교회 사역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담긴 존엄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글은 콜린 핸슨이 쓴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의 보너스 장(bonus chapter)이다. 이 장은 무료 PDF로 볼 수 있다.


원제: How J. R. R. Tolkien Influenced Tim Keller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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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Collin Hansen

콜린 핸슨은 TGC의 편집장으로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저널리즘과 역사를 전공했고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MDiv)를 졸업했다. 현재 Beeson Divinity School에서 자문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대표 저서로 Young, Restless, Reformed: A Journalist’s Journey With the New Calvinists가 있다.